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우리나라의 전래동화, 전통놀이
    문화여행기행 2023. 5. 31. 06:41
    반응형

     

    구전으로 전래동화

     

    어린아이의 해맑음, 순수함, 천진함을 가장 잘 담아낸 것 중 하나가 동요다. 어린이의 입에서 나오는 구슬같은 노래 소리는 잊고 지낸 어른의 동심을 깨운다. 2010년 MBC <창작동요제>가 폐지되면서 1980~90 년대 열풍을 일으킨 동요의 전성기가 막을 내렸다. 어린이의 동요가 아이돌 스타의 가요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동요가 더는 동심을 대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혹은 대중가요의 지나친 확장이 동심을 어지럽히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창작 동요와 달리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전래 동요는 누가 지었는지 처음에 누가 불렀는지 알 수 없지만, 오랜 세월 여러 사람의 지혜와 경험이 녹아 있는 노래가 대부분이다.

    어린이는 가사가 단순하지만 즐겁고 신나는 전래 동요를 부르며 우리말을 익히고 학습했다.소리를 놀이로 표현하는 동요의 교육적 기능은 어린이가 성장하는 데 이바지했다. 전래 동요는 교육적 기능도 있지만 민심을 대변하고 앞날을 예언하는 기능도 담당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삼국 시대부터 조선시대에 나온 숱한 문헌 곳곳에 동요가 상당수 기록된 것을 보면 전파력이 강한 동요를 민간이나 왕실에서 여론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 어른이 되어도 동화처럼 단순하지만 선악이 명료한 세계가 그리울 때가 있다. 전래 동화는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살이  붙었지만 단순한 세계관과 인물을 통해 권선징악을 구현하는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콩쥐 팥쥐’, ‘선녀와 나무꾼’, ‘장화 홍련’, ‘호랑이와 곶감’ 등이 대표적인 전래 동화다. 어린이에게는 착하게행동해야 한다는 교훈을 알기 쉽게 들려줄 수 있었고, 어쩌면 어른도 거칠어진 마음을 동화로 위로받을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린이는 동요를 부르고 동화책을 보며 성장하고, 기성세대는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한다. 동요 속 세상은 맑고, 동화 속 세상은 단순하다. 맑고 단순하게만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어도 동요와 동화가 없는 세상이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삭막하지 않은가.

    해동남승도 -우리나라의 명승지를 찍어놓은 놀이판[국림중앙박물관]

    전통놀이, 지혜를 엿 보다 

     

    인간은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즉 근본적으로 놀이하는 존재다. 아이일수록 놀고 싶은 욕망은 강한데 어른이 되었다고 놀이의 유혹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놀이가 지역별로 전해졌다. 땅따먹기는 지역에 따라 망줍기, 사방치기로도 불린 전래 놀이로 흙바닥에 일정한 모양새로 칸을 여러 개 그린 다음, 그 안에 돌을 던져 규칙에 맞게 다시 돌을 주워 오는 놀이로 9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농경 사회에서 자신의 땅을 갖는다는 것은 삶의 기본 요소였고, 모든 농민의 바람이자 욕망이었다. 한자락의 땅이라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놀이가 바로 땅따먹기다. 자치기는 주로 마당이나 골목 같은 비교적 넓은 공간에서 하는 남자아이의 전래 놀이로 메뚜기치기, 오둑테기 또는 막대라고도 했다. 길이가 60cm 정도 되는 막대를 이용해 메뚜기 또는 알이라는 작은 막대의 끝을 쳐 공중으로 튀어오른 것을 다시 채로 쳐서 최대한 멀리 보내는 놀이다. 자치기는 전국적으로 어린이가 즐기던 놀이로, 동네 골목, 텃밭, 추수를 마친 논 같은 공터만 있다면 뛰고 달리며 쉽게 즐길 수 있는 체력 단련용 전래 놀이로 알려졌다. 자치기는 패를 나누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집단 놀이로 또래 집단의 공동 참여를 통해 끈끈한 우정과공동체 의식을 키웠다. 정월 대보름 전날만 되면 온 동네 어린아이가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불을 붙이고 돌아다니며 뛰노는 쥐불놀이로 마을이 훤해진다.

    농경 사회에서 쥐는 식량을 축내는 대표적 동물이자 전염병을 퍼트리는 해로운 짐승이었다 논두렁은 한겨울 내 많은 해충이 숨어 지내기적합한 장소로 쥐불을 놓음으로써 일종의 소독과 방제 역할을 한 것이다. 밤에 잘 다니는 야행성 쥐를 꼼짝 못하게 하려면 캄캄한 밤에 쥐불을 밝혀 그 눈을 멀게 해야 한다고 여긴 데서 나온 놀이로, 아이들이 기다란 장대나 새끼줄에 쥐불을 달고 빙빙 돌리며 끌고 다닐 때 불꽃의 현란한 궤적은 일대 장관을 이룬다. 한적한 규중 생활로 인한 운동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널뛰기만 한 것이 없고, 남녀가 유별하던 조선 시대 설빔을 곱게 차려 입고 옷맵시와 몸매를 자랑하기에도 널뛰기만 한 것이 없었을 것이다.

    또 여자아이는 손에 맞는 작은 돌 5개만 있으면 어디서나 옹기종기 모여 공기놀이를 했다. 경상도에서는 ‘짜게받기, 살구,' 전라도에서는 ‘공기 따먹기, 닷짝걸이’라 했고, ‘좌질, 좌돌리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이 지은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아이들이 둥근 돌알을 가지고 노는 놀이가 있어 ‘공기’라고 한다”는 내용이 있다.

    1980년대 이후 텔레비전과 장난감 그리고 컴퓨터, 휴대전화가 급격히 보급되면서 전래 놀이는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놀이 문화가 전래 놀이에서 더 다양하고 자극적인 것들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늘 놀거리가 부족했던 세대는 동네 친구끼리 골목길에 삼삼오오 모여 제기차기, 비석놀이, 자치기, 공기놀이, 줄넘기 같은 전래 놀이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골목 공동체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놀이보다 학원이나 스마트폰에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동체 의미와 전래 놀이의 재미를 모르고 성장한다. 가끔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접하는 것이 전통 놀이를 경험하는 전부일지 모르겠다. 최근 교육계에서 삶의 지혜와 공동체 문화가 녹아 있는 전래 놀이를 다시 발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사라졌던 전래 놀이의 재연을 통해 동심을 회복하고 희미해진 공동체 생활을 재조명하려는 다양한 시도에 전래 놀이가 화려하게 부활할지 기대해도 좋겠다.

    반응형

    댓글

copyright by 인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