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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산 정약용 생가, 남양주
    문화여행기행 2023. 3. 3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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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유적지 정약용 생가

     

    정약용의 숨결이 스며든 도시

     

    녹음 속에서 폴폴 풍기는 나무 냄새를 맡으며, 탁 트인 강가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먼저 다산생태공원을 찾았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도 첫 숨을 들이켠 순간 사뭇 다른 맑은 공기가 가슴속 깊이 스며든다. 요즘처럼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을 때 실로 오랜만에 맡는 맑은 공기인지라 더없이 소중하다. 코끝에 전해지는 흙내음과 지저귀는 새소리까지 어우러져 현실이 아닌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서울 인근에 이렇게 맑고 풍성한 자연의 기운을 품은 곳이 있다니. 첫 행선지부터 감탄사를 연발하며 발길을 이어갔다. 남양주는 다산 정약용의 생가가있어 정약용의 도시라는 별칭이 있는데, 그를 기리는 장소가 남양주 내에 다양하게 자리해 있다. 다산생태공원도 그중 하나로, 정약용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설치 작품이나 안내판 등으로 공원 곳곳에 설치해놓았다. 수변을 따라 조성된 수려한 풍경을 보며, 이 같은 정취를 즐겼을 정약용 선생을 생각하노라니 마치 조선 후기 속 선비가 되어 풍류를 즐기는 듯하다. 드넓게 펼쳐지는 팔당호의 풍광과 수목의 조화는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휴식처이자 나들이 장소로 더없이 좋은 이곳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먹으며, 다시없을 행복함을 만끽했다. 한두 시간의 여유를 부린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향한 곳은 인근에 위치한 다산유적지. 다산유적지는 정약용 선생의생가를 비롯해 업적과 자취를 전시한 다산기념관, 다산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다산문화관, 정약용 선생의 묘로 이루어져 있다. 남양주에서 나고 자란 정약용 선생은 관직에 있을 때와 유배 시절을 제외하고는 주로 생가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다산유적지에서 정약용의 인간적 고뇌와 삶의 철학을 엿보면서, 조선 후기 대학자이자 정치가인 그의 일생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흔히 다산을 ‘실학의 집대성자’라고 칭송하는데, 18년 동안 유배라는 혹독한 시련 속에서도 저술 작업을 멈추지 않고,총 499권에 이르는 책을 집필했을 만큼 학문적 성취 또한독보적이었다. 살아생전 정약용 선생이 이룬 업적에 절로 고개
    가 숙여지면서 민초의 아픔에 안타까워하고 백성의 삶을 살피 고자 한 선생의 마음과 얼을 느껴본다.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모든 것이 클릭 한 번으로 해결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옛것을 더욱 그리워하고 갈망한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 대신 터치 몇 번으로 입력한 문자를 전하고, 어렵사리 잡은 약속을 한 번의 문자 전송으로 쉽게 취소하는 오늘날의 풍경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 간 정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가슴 한쪽을 씁쓸하게 한다.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따금 ㅇ옛추억에 젖어들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지금은 폐역이 된 능내역이 그렇다. 여전히 남아 있는 철길에 옛 주민의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 아이스케키 박스, 빨간 우체통, 세월의 더께가 내려앉은 낡은 의자 등이 마치 몇십 년 전 묻어둔 타임캡슐을 열어본 것처럼 추억 여행을 하게 한다. 찬찬히 철길을 걸으며 사색하는 동안 일상의 스트레스가 씻기고,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가끔 지치고 힘들 때 몇 번이고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능내역 맞은편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여러 곳 있다. 남양주는 북한강 자전거길, 남한강 자전거길이 잘 조성돼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천국 같은 곳이다. 나들이 기분을 제대로 내고자 망성임 없이 자전거를 빌려 탔다. 그림 같은 북한강을 바라보며 자전거에 몸을 싣고 달리자 가슴 가득 행복이 밀려온다. ‘그래 이런 게행복이지, 행복이 별건가?’ 하는 마음의 여백도 얻는다. 바람이몸을 실어다 주는 듯 가붓가붓 가볍게 날아가는 느낌이 좋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이 가는 대로 달리다 시선을 붙드는 경치에잠시 멈췄다. 수변생태공원인 물의정원에 닿은 것. 보송보송하게 자란 초록의 풀잎이 갓난아기의 배냇머리처럼 드넓게 자라나 있고, 물감을 뿌린 듯 청명한 하늘 위로 몽글몽글한 구름이총총히 떠 있다. 날씨가 맑아서이기도 하지만 이토록 빼어난 풍경은 참 오랜만이다. 그림도, 사진으로도 제대로 담을 수 없는 생생한 자연. 자연은 이렇게 어느 순간 과분한 감동을 전하며, 누구에게나 공평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정원 안으로 들어서자 또 한 번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 나무 아래 거대한 거울을깔아놓은 듯한 호숫가에 맑고 투명하게 비치는 하늘과 산의 풍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유럽의 절경 명소에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다. ‘왜 여태 이런 곳을 몰랐지?’라는 생각에 아쉬우면서도, 지금이라도 알게 돼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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