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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행 섬진강, 하동, 화개장터, 쌍개사문화여행기행 2023. 3. 25. 08:33반응형
경남 하동은 처음 가본다. 벚꽃 하면 진해가 먼저 떠오르고, 매화 하면 광양이 앞서 생각나는 교과서형 여행자다. 그런데 전라와 경상 경계에 자리한 하동은 벚꽃과 매화를 동시에 눈에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지리산을 품은 절경으로 명성이 자자해 마음이 절로 동했다. 섬진강을 곁에 두고 위로는 ‘십리벚꽃길’의 은은한 분홍빛 향연이 펼쳐지고, 곳곳의 마을과 산기슭에는 향 짙은 매화가 피어 뭉글뭉글 어여쁜 꽃구름을 만든다는 곳이라니. 아랫녘에 당도한 봄을 맞으러 하동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출발해 휴게소 한 번 들르고 달리기를 4시간여. 산과 들이 다정하게 이어지더니 차가 햇살 아래 보석처럼 빛나는 섬진강을 끼고 달린다. 소란스러운 도시에서 벗어나 봄기운 여문 길을 달려서인지 하동은 생각보다 가깝게 느껴졌다. 차에서 내리자 도심과 다른 청량하고 맑은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새삼 하동의 청명한 자연에 감탄하며, 가장 먼저 쌍계사에 들렀다. 골짜기의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에 잠시 속세를 떠난 듯한 기분 좋은 감흥이 몰려온다.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3년(724) 의상의제자 삼법(三法)이 창건했다. 삼법은 당나라에서 “육조 혜능의 정상(頂相)을 모셔 삼신산(三神山, 금강산·한라산·지리산을 일컬음) 눈 쌓인 계곡 위 꽃 피는 곳에 봉안하라”는 꿈을 꾸고 귀국해 현재쌍계사 자리에 이르러 혜능의 머리를 묻고 절 이름을 옥천사라 했다가, 그 뒤 840년(문성왕 2)에 진감선사가 중국에서 차(茶)의 종자를 가져와 절 주위에 심고 대가람을 중창했다.
정강왕 때 쌍계사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벽암(碧巖)이 1632년(인조 10)에 중건해 오늘에 이른다.
쌍계사 내에는 대웅전(보물 제500호), 진감선사 부도비(국보 제47호), 쌍계사 부도(보물 제380호), 적묵당(경남 문화재자료 제 46호), 팔상전 영산회상도(보물 제925호) 같은 지정 문화재를 비롯, 명부전앞의 마애불, 대웅전 앞의 석등, 각 전각의 탱화 등 많은 문화재가 있어 우리나라 불교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경건한 발걸음으로 쌍계사를 찬찬히 둘러본 뒤 우물에서 흐르는 맑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그곳의 영험한 기운을 얻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쌍계사를 나서자 좋아하는 소년을 만나는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십리벚꽃길’을 탐방할 차례니 말이다. 쌍계사에서 화개장터까지 10리에 걸쳐 벚꽃이 흩날리는 이 길을 실제로 본 순간 왜 우리나라 최고의 벚꽃 명소로 불리는지 수긍이 갔다. 수줍은 연분홍빛 벚꽃이 수놓은 풍경은 넋을 잃을 정도로 황홀해 눈을 뜨고도 꿈속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랑하는 청춘 남녀가 두 손을 잡고 걸으면 ‘사랑이 이뤄지고 백년해로한다’고 해서 ‘혼롓길’이라고도 한다는데, 어쩐지 사랑이 샘솟는 기분이 들더라니.
벚꽃 개화기에는 형형색색 야간 조명이 불을 밝혀 낮이고 밤이고 풍경에 취한 상춘객이 넘쳐난다고 한다.
맛과 정이 있는 풍경 하동은 녹차 재배지로도 유명하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흥덕왕 3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이 차 종자를 가져왔고, 이를 지리산에 심었다는데, 지리산 쌍계사 입구에 있는 대렴공추원비에는 지리산 쌍계사가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라 적혀 있다. 특히 하동은 섬진강을 비롯해 크고 작은 하천 이 많고, 차 수확 시기에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크며, 안개가 많은 풍토 덕에 차의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 곳마다 파릇한 녹차밭이 햇볕 아래 싱그러움을 뿜어낸다. 이쯤 되니 하동에서 난 녹차 맛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지사. 십리벚꽃길 입구 즈음에 위치한 쌍계명차에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쌍계명차는 식품명인 김동곤 대표가차 부흥을 꿈꾸며 마련한 곳으로 1층은 카페 겸 숍, 2층은 차박물관으로 구성돼 있다. 1층에서는 디자인이 다양한 다기류를판매하며, 2층 차 박물관에서는 청자, 백자 등 찻잔과 <동의보감> 25권 전질, 차풍로 등을 전시해 차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찬찬히 공간을 둘러본 뒤 계단식으로 된 멋스러운 좌식 공간에 앉아 차를 주문했다. 깔끔한 다기와 함께 주문한 녹차가 나오고, 곱고 정갈한 접시에 떡을 담아 내오는데, 그 단아함에 감동하고 차 맛에 또 한번 감동했다. 과연 차의 재배지로 이름난 하동의 맛이로구나 싶었다. 하동에서 지나칠 수 없는 곳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화개장터다. 어릴 적부터 자주 들은 노랫말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에 등장하는 그곳. 평일에 하동에 도착한 터라 인적이 드물다 생각했는데, 화개장터로 오니이곳에 사람들이 다 모였나 싶을 만큼 북적거렸다. 소문난 대로 오래된 장터 특유의 활기가 가득했으며,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나는 특산물을 비롯해 약재와 건강식품, 다양한 먹거리와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주막, 재첩국집 등이 자리해 노랫속 가사처럼 ‘정말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하동에는 화개장터 말고 하동시장도 있다. 화개장터가 그 옛날 어머니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겨운 장터의 모습이라면, 하동시장은 서민의 소소한 일상이 펼쳐지는 무대 같은 시장이다. 이곳에서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먹거리와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고, 요즘 세상에서는 보기 힘든 상인의 훈훈한 인심도 만날 수 있다. 마침 봄나물이 한창인 때라 할머니들은 밭이나 산에서 캔 싱싱한 봄나물을 장에 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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