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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지수 1위 나라 부탄
    문화여행기행 2023. 2. 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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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탄(공식 국가명은 부탄왕국)은 히말라야산맥 동쪽, 티베트와 인도의 틈바구니에 있는 인구 8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은둔의 왕국이다. 2008년 개헌을 통해 국왕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으며 입헌군주제를 도입했으나 여전히 국민은 국왕을 신임하고 존경 한다. 부탄의 지역 대부분은 해발 2,000m가 넘는 곳에 자리한다. 세속과 거리를 둔 삶이 오랜 기간 지속된 탓에 자연스레 물질적 풍요와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국민은 일상 속에서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세속적 잣대로 재단할 수 없는 이유가 분명있을 터.


    부탄은 불교를 신봉하는 나라다. 국민의 80%가 대승불교 신자로, 인도에서 7세기경 발달한 대승불교의 한 분파인 탄트라 불교를 믿는다. 그 때문에 부탄 여행 중 가장 많이 접하는 이름 역시 부탄에 탄트라불교를 처음으로 전파한 ‘파드마삼바바
    (Padmasambhava, 별칭 구루 린포체(Guru Linpoche))’라 불리는 성인이다. 부탄 국민에게 현재의 행복은 전생의 덕이요, 현재요, 현재의 고단함은 다음 생의 극락을 뜻한다. 윤회의 굴레 속에서 행복은 늘 상존한다.

     

     

    행복을 얻는 데 돈은 수단일 뿐 절대적 조건으로 삼지 않는다. 학교에서도 부탄의 고유어인 종카어와 함께영어를 필수로 가르치지만, 서구식 자본주의 교육이 아닌 자연에서 지혜를 배우는 교육과정을 고수한다. 부탄은 1972년 전 세계 최초로 ‘국민총행복정책(Gross National Happiness, GNH)’개념을 도입했다. 헌법에 국민 행복을 증진하는 활동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 가치로 삼을 것을 명시한 것이다. 무분별한 성장 대신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한 전통문화 보존,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 환경보호에 공을 들인다. 그래서 부탄에는 흔히 ‘행복한 사람’과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정부는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개인의 행복에서 공동체의 행복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한다. 부탄이 왜 세상으로부터 꼭꼭 숨어 있었는지 그 이유를어렴풋하게나마 알 것도 같다. 


    히말라야산맥이 주는 장엄함과 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에 매료된 여행객은 부탄을 인생 최고의 여행지로 추천한다. 여행 매거진 <론리플래닛>도 ‘2020년 떠나야 할 최고의 나라 10개국’ 중 첫 번째로 부탄을 꼽으며 호기심과 기대감을 부추긴다. 하지만부탄 여행은 여러모로 까다롭다. 부탄의 관광위원회는 ‘수준은높게, 영향은 적게(High-value, Low-impact)’라는 슬로건을내세우며 자국의 관광 정책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관광으로 인한 추억은 가져가되 여행자의 발자국은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는것이다. 개별 배낭여행을 금하는 대신 정부가 승인한 현지 여행사를 통해 가이드 투어를 허용한다. 당연히 현지 가이드 동행 아래 미리 정한 관광 일정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관광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현지 여행사와 여행 패키지 정보가 잘 정리돼 있다. 이곳에서 현지 여행사를 통해 일정을 예약하거나, 국내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야 여행이 가능하다. 관광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환경 부담금 명목의 체류비를 미리 지불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일일 체류비는 성수기 기준 1인당 250달러, 비수기에는 200달러 수준이다.

     

     
    체류비에는 3성급 호텔의 숙박과 모든 식사, 통행료, 여행 가이드 및 운전기사 비용, 캠핑장비 및 트레킹 운임비 등이 포함된다. 물론 각자의 취향에 따라 여행 코스나 식당, 호텔은 변경할 수 있다. 과하다 싶을 만큼 부탄 정부가 관광 정책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환경 훼손을 막고, 자국인에게 수익이 돌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여행을 가능케 하기 위함이다. 자국인의 삶을 침해하는 요소를 최소화함으로써 결국 자신들의 삶을 묵묵히 지킬 수 있는 규칙을 선택한 것이다. 

    부탄 여행은 주요 도시인 파로(Paro), 팀푸(Thimphu) 그리고 푸나카(Punakha)를 둘러보는 6~7일 일정이 대부분이다. 부탄의 서쪽 지역에 위치하며 부탄 유일의 공항이 자리한 파로는 여행객을 위한 호텔과 리조트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다. 세상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인 공항이 아닐까 싶을 만큼, 파로 국제공항은 쭉 뻗은 활주로 옆으로 사원과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공항을 나서면 히말라야산맥에서 불어오는 맑은 공기와 함께 전통 의상을 입은 가이드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부탄 시민은 공적인 행사에 참석하거나 여행 가이드, 호텔 종업원 등 관공서에서 일할 경우 여자는 키라(Kira), 남자는 고(Gho)라는 전통복장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특히 남자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와 긴 양말을 신는데, 이는 남자만 무릎과 다리를 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방인의 눈에는 생경하고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스럽지만 전통의 자부심을 꿋꿋하게 지키는 그들의 노력은 꽤 놀랍고 인상적이다.

    파로에는 무려 155개가 넘는 천년 고찰과 수도원이 도심 한복판 부터 깊은 산골짜기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파로에서의 첫 여정은 파로 린퐁종(Paro Rinpung Dzong), 일명 파로종에서시작된다. 부탄을 여행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사원을 들른다. 이때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 종(Dzong)과 곰파(Gompa)다.

    종은 적의 침입을 막는 요새이자 행정을 총괄하고 종교를 관장 하는 시설이다. 그 때문에 부탄의 각 도시에는 대표적인 종이 반드시 하나 이상 자리한다. 이에 반해 곰파는 행정 기능이 전무한, 스님의 수련을 위한 사원이다. 1644년 지은 파로종은 흰 벽과 섬세하게 조각된 창문이 어우러진 정갈한 건물이다.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한 덕분에 이곳에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은 가히 한폭의 풍경화다. 산으로 둘러싸인 부탄에서 파로는 유독 시야가 탁 트인 넓은 들판을 자랑한다. 히말라야산맥의 설산과 깨끗한 파로강, 소박한 건물이 빚은 목가적인 풍경은 몸과 마음의 구석 구석을 말끔히 씻어낸다. 파로종에서 조금 위쪽으로 올라가면 부탄 국립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파로종을 지키는 망루로 건설 된 타종(Ta Dzong)은 1968년 이후 부탄의 고대 유물과 예술품을 전시하는 국립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파로 외곽에는 부탄에서 오래된 성지 중 하나인 키추 라캉 (Kyichu Lhakhang)이 자리한다. 부탄이라는 나라가 세워지기 전 티베트가 지배하던 시절에 창건된 사찰이다. 티베트를 최초로 통일한 왕 송첸감포가 축조한 사원 108곳 중 하나로, 659년에 세워진 천년 고찰이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탁상 곰파, 즉 탁상(Taktshang) 사원이 자리한다. 부탄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탁상 사원은 해발  3,000m의 아찔한 절벽 위에 지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불교 성지다. 부탄 건국 신화의 주인공인 ‘파드마 삼바바’가 호랑이를 타고 온 장소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와 ‘호랑이의 지붕(Tiger’s Nest)’으로도 불린다. 신비한 전설이 서린 사원에 가려면 2~3시간 동안 가파른 등산로를 걸어 올라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산행이지만 인간의 힘으로 지은 건축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절벽 끝에 세운 사찰의 자태는 형용할 수 없는 경외심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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