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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주여행, 완주 아원고택, 소양고택
    문화여행기행 2023. 2. 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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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 오성마을은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뻗어오다 멈춰 선 끝자락, 종남산(終南山)에 자리한다. 하루에 읍내를 오가는 마을버스가 5대뿐일 만큼 외진 시골 마을에 요즘 부쩍 외지인의 발길이 잦다.


    아원고택을 보기 위해서다. ‘우리들의 정원’이라는 뜻을 품은 아원(我園)고택은 경남 진주의 250년 된 한옥을 그대로 옮겨와 총 12년에 걸쳐 터를 닦아 조성한 곳이다. 광고도 하지 않고 그저 지역 문화 예술인의 아지트로 사랑받다 한옥스테이로 손님을 받기 시작한 지는 채 2년이 되지 않았다. 그만큼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차에서 내려 가장 먼저 마주친 건물은 회백색의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이다. 입구를 종잡을 수 없어 한참을 두리번대다 ‘아원 Gallery Coffee’라 적힌 글씨 아래 두툼한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독특한 공간이 반긴다. 높고 좁은 통로는 오로지 빛과 조명만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복도를 지나자 곧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반쯤 열린 천장으로는 눈부신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깊은호수처럼 말간 물이 고여 있는 실내 연못 너머로 탁 트인 홀이 시선을 압도한다. 

     


    무려 하늘이 열리는 갤러리라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참을 둘러보았다. 작품은 예닐곱 편뿐이지만 아원 뮤지엄은 휑하다는 느낌보다는 활달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신선한 충격을 안긴 뮤지엄을 나와 본격적으로 고택 구경에 나섰다. 아원고택은 종남산의 산세가 한눈에들어오는 만휴당과 사랑채인 연하당, 안채인 설화당과 별채인 천목다실로 이뤄졌다. ‘만사를 제쳐놓고 쉼을 얻는 곳’이라는 의미를 품은 만휴당 대청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산과 산이 겹겹이 둘러쳐진 종남산의 산수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특히 대청마루 앞에 찰방찰방 물을 채워둬 산과 하늘이 고스란히 물 위에 내걸린다. 3월 중순을 넘기면 아마 봄 풍경이 하나둘 내려앉기 시작할 것이다. 만휴당을 오롯이 즐기고 연하당을 둘러볼 즈음 누군가 쓱 다가와 친근히 말을 건넨다. 전해갑 대표다. 


    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완주가 문화 예술의 도시로 성장한 토대가 그의 손끝에서 마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원고택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오스갤러리를 시작으로, 재생 건축의 성공 사례로 대표되는 삼례문화예술촌 작업에 참여하고 완주 군청의 관사를 개조해 주민에게 개방한 어울림 카페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전해갑 대표다.

     


    건축가이자 갤러리스트이며 열렬한 자연 예찬론자인 전해갑 대표의 마음이 아원고택 곳곳에 배어 우리에게 미감으로 다가온다. 부지런히 마루를 쓸고 닦으며 집을 단장했을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지는 연하당은 자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송광사 초입의 벚꽃길이 흐드러지게 만개할 무렵 제대로 절경을 즐길 수 있으니 한 번 더 오라는 전해갑 대표의 말에 귀가 번쩍 뜨인다. 그때는 아원고택의 이야기를 더오래, 많이 들어보리라 다짐한다.

     

    완주 소양고택


    고택의 단아한 처마 끝에 오후의 햇살이 내걸릴 즈음, 아원고택에서 예순 발자국 정도 떨어진 소양고택으로 향했다. 뚜렷한경계 없이 아원고택과 이웃하는 소양고택은 소유주는 다르지만, 전해갑 대표의 손길이 보태져서인지 묘하게 닮았다. 소양고택은 고창과 무안의 철거 위기에 놓인 130여 년 된 고택 3채를 고스란히 옮겨와 전통 방식대로 복원했다. 여기에 주인장의안목과 감각이 더해져 멋스러운 한옥스테이 명소로 이름을 알렸다. 


    예를 들어 하얀 방석 위에 직접 색색의 수를 놓고, 액자대신 조각보를 걸어두는 식이다. 봄부터 예약자가 줄을 이을정도로 소양고택은 한옥의 고즈넉함과 현대인이 사용하기에 불편함 없는 시설로 사랑받고 있다.넓은 잔디밭을 배경으로 단아하게 자리한 고택은 별다른 장식을 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받아들여 멋을 냈다. 


    그저 처마 밑에 하얀 무명천 한 장 매달아두었을 뿐인데, 바람이불 때마다 나풀거리는 모습이 한갓지고 운치 있다. 고택이 품고 있는 심심한 매력이 일상에 지친 이들의 마음을 차분히 어루만진다. 소양고택에 머물지 못해도 위로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소양고택의 또 다른 핫 플레이스인 두베카페다. 


    차 한잔 앞에 두고 묵직한 연주곡을 들으며, 창밖 너머 한옥 전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끄럽던 마음이 더없이 평온해진다. 주말이면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니 평일에 방문하거나 이른 오전에 여유롭게 들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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